어렸을 때 한문서당을 한 철 다닌 적이 있다. 그 때 나는 한문책을 하루종일 소리 내어 읽었다. 다시 내가 선생님이 되었을 때, 국어책을 소리 내어 읽히느라고 퍽 애썼던 것 같다.
그런데 최근에는 국어 읽기 시간에 책 읽는 소리를 들을 수가 없다. 그리고 급속한 정보화로 새로운 읽기 문화가 형성되어 가고 있다. 인터넷 블로그와 전자책의 출현 등으로 세계 어느 곳보다 새로운 읽기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때, 읽기의 역사를 살펴보고 읽기 방식에 대하여 전망을 해 보는 것도 교육적으로 퍽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읽기는 3차 혁명을 거치면서 변화와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데 음독에서 묵독으로, 묵독에서 분산형 독서로, 분산형 독서에서 검색형 독서로, 다시 검색형 독서에서 신음독시대로 변화와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제 1차 독서혁명은 음독에서 묵독으로 이루어졌다. 최초의 읽는 행위는 소리 내어 읽는 음독이었다, 음독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파피루스에 기록된 두루마리 형태의 초기의 책이 연속 기법으로 기록이 되어서 독자가 소리 내어 읽어 봐야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두루마리형 책은 2세기 이후 값싼 책자형 책으로 바뀌었으며 책자형이 두루마리를 완전히 대체한 12세기 무렵 유럽 수도원의 필경사들은 소리를 내지 않고 읽는 묵독을 시작하였다. 독서가 혼자 하는 일이 된 것이다. 동양에서는 테스트의 제한된 양이 그렇게 하도록 환경을 만들었다.
제 2차 독서혁명은 집중형에서 분산형으로 이루어졌다. 묵독은 주로 제한된 책을 정독하는 집중형 독서였다. 15세기 파리 소르본느 대학생들의 독서 형태는 책을 집중적으로 읽고 암송하는 독서 방법이었다.
그러나 15세기 중반에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를 발명하고 인쇄술이 점차 산업화되면서 서서히 제 2의 독서혁명이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18세기 중반에 이르러 정독하는 집중형 독서가 다독하는 분산형 독서로 바뀐다.
제 3차 독서혁명은 분산형에서 검색형으로 이루어졌다. 분산형 독서는 필독 목록인 정전의 권위 없이 내가 읽고 싶은 것만 골라 읽는 방법을 말한다.
이 같은 읽기 방법은 20세기 후반부터 현재 진행되는 인터넷혁명을 통한 검색형 독서로 극대화된다. 검색형 독서에서 독자는 이제 사용자다. 필요한 텍스트만 고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언제라도 텍스트를 수정하고 개입할 수 있게 되었다. 컴퓨터스크린에 비치는 텍스트를 스크린 바를 이용해 위로 밀어 올리면서 읽는 방식은 어찌 보면 초기의 읽기 행위인 두루마리 책 읽기로 회귀한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우리는 1~3차 독서혁명을 짧은 기간에 경험했다.
소리를 의식한 텍스트, 구어체의 글쓰기, 문자가 배제해 오던 음성과 표정을 글자에 담은 이모디콘 등도 신 음독시대를 예고하는 것처럼 보인다. 학자들은 음성적 세계의 회복을 통해 새로운 음독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예고한다. 우리는 읽기를 통해 생각하는 힘을 기르면서 디지로그 생각으로 교육에 임해야겠다. 오늘날 ‘좋은 학습’은 행동의 변화를 이끄는 것이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행동의 변화를 이끄는 읽기를 시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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