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월 13일 북핵 6자회담 당사국이 도출한 ‘베이징 합의’가 4개월 만에 돌파구를 찾았다는 소식이다. 매우 고무적이다. 그것은 마카오 금융 당국이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에 예치된 북한자금을 14일 제3국 은행의 북한계좌에 이체했기 때문이다.
AP통신에 따르면 프란시스 탐 마카오 경제금융장관은 “BDA에 예치된 2500만 달러의 북한자금 대부분이 계좌 소유주의 지시에 따라 이날 오후 송금됐다”고 밝혔다.
한국측 정부 관계자는 “BDA 자금이 최종적으로 북측의 해외계좌로 송금되는 데는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말해 북한자금 송금조치가 완료됐음을 시사했다.
이는 2005년 9월 미국의 BDA 북한자금 동결조치 이후 21개월간 비핵화(非核化) 진전을 가로막아 온 BDA 문제가 사실상 해결된 것이다.
이와 관련, 북한은 BDA 북한자금의 송금이 완료된 데 따라 지난 주말 국제원자력기구(IAEA)사찰단에 대한 방북 초청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따라 북한의 영변 원자로 폐쇄 등 2·13합의에 따른 초기조치도 조만간 이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행이다. 아울러 BDA 문제 해결에 대한 ‘행동 대 행동’의 조치로서 영변 5MW원자로의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 외교는 신(信)이기 때문이다.
IAEA 사찰단은 입북, 북측의 원자력총국과 핵 시설 감시 범위와 절차에 대해 협의해야 한다. 영변 핵 시설 폐쇄는 원자로, 재처리공장, 연료봉 제조공장 등 5개 핵 시설의 가동중단과 봉인을 아우르는 조치로 완료되는 공사인 까닭이다.
한국과 미국은 일단 북측의 영변 핵 시설 폐쇄 시점에 6자회담을 재개해야 한다.
한·미는 6자회담 재개 시에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 개발 의혹 해명과 핵 시설 불능화 이행 계획을 합의해야 한다. 북측이 현재 HEU 프로그램 개발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참여정부는 대북 쌀 차관 40만톤을 적정한 시기에 보내줘야 한다. 우리가 법률적으로 이미 북송을 결의한 상황인 까닭이다. 법률적 결의가 없더라도 대북 식량 지원은 말 그대로 인도적(人道的)인 것으므로 반드시 지원해야 한다. 굶주리는 동포를 어떻게든 살리자는 숭고한 뜻에서 출발했다. 북한은 “미사일은 어느 누구를 겨냥한 것이 아니었다”고 강변한다. 미사일 발사에 연계해 인도적 지원을 중단한 우리 정부의 책임도 없지 않다.
하지만 북한은 쌀을 투정의 빌미로 삼았다. 남한에 쌀을 맡겨 둔 양 빨리 내놓으라고 재촉했다. 무례(無禮)하기 짝이 없다. 억지를 부렸다.
한국인에게 쌀은 특정한 존재다. 우리가 기억을 조금만 뒤로 돌리면 대부분의 한국인에게 쌀은 할아버지, 아버지가 흘린 땀의 결정체로 떠오른다. 부잣집에서도 설거지하면서 모은 밥알을 깨끗이 씻어 끓여 먹을 정도로 쌀을 귀하게 여겼다. 정말 귀한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협상 과정에서 “쌀을 건드리면 협상을 깰 수도 있다”며 강경하게 버텨 쌀을 개방 대상에서 제외하는 데 성공했다. 평범한 국민의 농심(農心) 또한 여전하다. 자강불식이다.
그토록 귀한 쌀이 북한과 결부되면 갑자기 천덕꾸러기가 된다. 우리가 먹고 남는 것을 던져 주는 게 아니라, 흘린 땀의 결실을 나눠 주는 고상한 행동인데 남북 회담장에선 쌀이 북한의 기새를 돋우는 빌미로 전락하고 말았다.
정부는 반드시 6자회담에서 지난번 남북장관급회담처럼 북측에 저자세를 취해서는 안 된다. 정정 당당(正正堂堂)해야 한다.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 정책’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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