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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부의 발견 / 안용호<논설위원, 광주 금당초등학교 교장> |
2007년06월20일(W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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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와 정부가 대학입시에서 내신과 수능 반영 비율 적용의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격돌하면서 다른 대학까지 영향을 미쳐 입시 올림픽이 계속될 전망이라는 기사가 연일 중앙일간지를 장식하고 있다.
6월 5일자 중앙일보에는 미국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매사추세츠공대, 스텐퍼드, UC버클리 등 동부의 명문대 아이비리그 등에만 우리나라 학생 3천223명이 유학하고 있다는 기사가 실렸는데 유학생들에게 유학을 결심한 이유를 묻자 무조건 달달 외우는 시험공부가 싫어서 미국으로 왔다고 말하는 보도를 보면서, 1020 인재들의 한국 탈출은 계속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이 세계를 이끌려면 현재의 교육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하는 앨빈 토플러의 충고와 천재양성을 위해서는 획일적인 교육제도를 고쳐야 하고 기술 개발력을 높여야 한다면서 한국 교육을 걱정하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말을 접하면서 새삼스럽게 ‘공부는 왜 하는가?’ 라는 물음을 해 보게 된다.
‘공부’라는 말은 당나라 고승의 어록에 처음 등장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개념적 지식의 한계를 넓힌다’는 의미로 사용하고, 일본에서는 ‘무엇을 궁리한다’는 뜻의 수단이나 방법을 강구하는 의미로 쓰인다. 중국에서는 ‘몸의 단련과 그를 통해 이룩한 탁월한 능력’을 나타내기도 하고, ‘배우다’, ‘학문을 실천하다’는 의미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로 볼 때 공부의 의미는 마음을 다스리는 함양성찰이나 사물의 이치를 따지는 격물치지, 인식과 상호 관계를 의미하는 지행의 쟁점 모두를 포함하고 있지는 않는 것 같다. 어떻든 공부는 근대 신유학의 산물로써 중국적 세계관과 동양인의 사유방식을 잘 보여주는 용어로 나라마다 의미가 다른데 우리는 학교에서 선생님과 함께 교과서를 학습하는 의미로 많이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 ‘공부’가 우리나라에서는 대학입시로 집중되면서, 평균화를 외치면서도 줄 세우기에 급급한 지겨운 문제풀이식 교육이 되풀이 되어 붕어빵 찍듯 하는 교육을 지양하라는 질책을 듣고 있는 것이다. ‘교육열은 있어도 학구열이 없는 나라’, ‘교육이라는 뜨거운 불가마에 들어앉은 나라’라는 말까지 듣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공부는 왜 하는가? 라는 물음은 옛 선비들에게서 찾아보면 답이 나올 것 같다. 옛 선비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일생동안 열심히 공부를 했다. 선비 한 사람 한 사람은 치열한 구도자처럼 학문에 열중했으나 사회적 물의는 일으키지 않았다. 오늘날 학교에 해당하는 향교는 언제나 비어 있어 잡초가 무성했고 서당에서 훈장들은 열심히 지도했으나 치맛바람은 일어나지는 않았다.
이조시대에는 교육열 보다 학습열이 높았던 것이다. 그때의 공부는 참된 나를 찾아가는 긴 도정이며 공부를 통해 인간의 마음에 있는 참된 본성을 회복하고 성인의 세계에 이르고자 하는 치열한 자기극복의 과정이었다.
공부는 나아감과 물러섬에 대한 고민이었다. 앞에서 예를 든 함양성찰이나 격물치지, 지행합일, 세상을 구하는 법에 이르기까지 그 모두를 포함한 것이 공부였다.
남명 조식은 모든 공부는 삶과 함께 해야 사심이나 악의가 없다고 말하면서 실천하였다. 화담 서경덕은 멈출 곳에서 멈추는 방법을 찾는 것이 공부라고 말했다. 이황은 일상의 삶을 중시했고 유혹이 많은 일상을 지키기 위해 공부해야 한다고 편지를 동해 자녀들에게 강조했다. 허균은 과감히 관념에 맞서 인간을 감성과 미학적 상상력의 대상으로 바라보라고 했다. 다산은 이론적인 앎과 실천적인 익힘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참된 앎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 선조인 선비들은 진리의 세계를 탐구하면서도 일상의 삶을 벗어나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무엇을 위해 공부하는 가를 고민했다. 그래서 청렴, 근검, 후덕, 성경, 인의의 선비정신을 지키면서 자신과 사회를 제도했던 것이다.
우리 어린이들이 옛 어른들처럼 공부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해본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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