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들이 동료 학생을 집단폭행하면서 그 광경을 휴대전화 동영상으로 촬영한 뒤 인터넷에 올린 사건은 여러가지 점에서 충격적이다. 제발 때리지 말라고 애원하는 친구에게 무차별 폭력을 가한 것도 놀랍지만 경찰이 동영상 촬영 이유를 묻자 “그냥 재미삼아” “다른 친구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진술했다는 대목에서는 할말을 잃게 된다. 피해학생으로서는 집단폭행으로 유린당한 인권이 동영상 유포로 더욱 철저하게 짓밟혔는데도 가해학생들은 아무런 죄의식을 느끼지 않았던 셈이다.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폭력행사 장면을 촬영하는 경우는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 친구들의 집단 괴롭힘에 시달리던 어느 초등학생은 자신이 폭행당하는 모습이 휴대전화에 찍힌 것에 수치심을 느껴 가출했다고 한다. 또 청소년 폭력상담센터 등에는 이와 유사한 사례가 적지 않게 접수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미 청소년들 대부분은 휴대전화를 갖고 있다. 또 그 휴대전화를 이용해 언제 어디서라도 동영상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일은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참으로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여러차례 지적한 바 있지만 학교 폭력을 줄이는 방법은 우선 철저한 예방교육을 실시하는 것이다. 최소한 100만명이 동영상을 봤고 피해 학생 이름까지 공개됐다니 아이와 가족은 평생 아물지 않을 상처를 입은 셈이다.
가해 여학생은 학교폭력 때문에 1년 전 이 학교로 강제 전학왔다고 한다. 학교측은 피해 여학생이 지난 8월 가해자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신고했는데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이번 사건의 주동자를 불러 주의만 주고 말았다고 한다. 학교측의 방관과 무관심이 일을 키운 것이다.
1999년 4.4%이던 여학생 폭력은 올해 13.9%로 늘어났다. 이번 사건은 결국 학교와 교사는 방관자에 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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