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가 불법 노동운동이나 폭력행위자뿐만 아니라 간첩 전력이 있는 사람까지 민주화 인사로 인정한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체제를 부정한 사람까지 민주화 인사로 둔갑시키니 이 기구의 정체성이 뭔지 모를 일이다.
간첩 전력자들이 민주화 인사가 된 예는 셀 수 없을 정도다. 김일성 주체사상을 추종한 구국학생연맹(구학련)의 핵심 멤버, 민혁당·구국전위 관련자가 민주화 운동 인사가 됐다. 국가보안법상 간첩 활동과 이적단체 구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일심회 조직원, 조선민족해방전선 준비위원회(남민전)와 한총련 관련자도 같은 대우를 받았다.
이들이 관련된 단체들은 대부분 이적단체나 반국가단체 판결을 받았다. 위원회가 대법원 상위 기구가 아니라면 대법원 판결까지 무시할 수가 없다. 또 사북사태 지도부, 부산 동의대 사태 가담자와 불법 노동운동 관련자도 위원회 손을 거치면서 민주화 훈장을 달았다.
도대체 기준이 뭔가. 민주화운동보상법 2조에는 ‘1969년 8월 7일 이후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권위주의적 통치에 항거하여 민주헌정질서의 확립에 기여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신장시킨 활동’을 민주화운동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원회 눈에는 간첩 활동을 하며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 동지’를 운운하는 사람이 민주헌정질서 확립에 기여한 것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독재정권에 항거하기만 하면 친북활동도 괜찮다는 말인가. 이대로 가다간 이 정권 때 벌어진 불법 파업이나 폭력시위 참여자도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해 달라고 나오지 않는다는 법이 없다.
그럼에도 법원은 최근 3년간 불구속 기소된 집시법 위반 사범 91명 가운데 단 한 명도 실형을 선고하지 않았다. 법원이 불법·폭력 시위자에 대해서까지 이처럼 온정을 베푼다면 법치는 누가 지켜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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